"어디로 튈지 모를 心身, 하루 10분씩만 묶어보세요"
[다음달 명상아카데미 대강좌 여는 명상지도자협회 혜거 스님]
"수행 실패담? 아주 많아요, 첫 冬安居 때 안 자는 척 졸고
좌선 수행하며 유체이탈까지… 시행착오 거치니 지혜 얻더라"
"명상은 지혜를 얻기 위한 수행입니다. 지혜와 품격을 갖춘 사람이 많아져야 좋은 나라, 좋은 세계가 되지요. 다만 방법은 배워야 합니다. 시행착오를 줄이며 명상을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수행해온 분들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 명상아카데미 대강좌를 여는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장 혜거(72) 스님은 24일 이렇게 말했다. 명상지도자협회는 다양한 명상법 보급을 위해 국내 21개 명상단체가 작년 2월 결성했다.
시행착오란 무엇을 가리킬까. 보통 수행자들은 자신의 수행담, 특히 실패한 이야기는 꺼린다. 그러나 혜거 스님은 감추지 않는다. 15세에 당대의 대강백(大講伯) 탄허(1913~1983)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혜거 스님은 평생 참선 수행과 경전 공부에 매진했다. 그가 1988년 서울 개포동에 설립한 금강선원은 28년간 줄잡아 30만명이 거쳐갔다. 그런 큰스님에게 듣는 실패담은 신선한 충격이다.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장을 맡은 혜거 스님(금강선원장)은 “명상을 통해 얻는 지혜는 보고 들어서 아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라며 하루 10분씩만이라도 명상을 할 것을 권했다.
그가 말하는 '첫 실패'의 무대는 1964년 겨울 전북 김제 흥복사 선방(禪房). 출가 후 첫 동안거(冬安居)였다. "눈만 뜨면 지옥이었어요. 좌선하는데 졸음이 쏟아지고 머릿속엔 딴생각만 나고…. 안 자는 척하면서 조는데 옆의 스님들은 칭찬해요. '수행 잘한다'고요. 속으로 '다시는 선방 안 온다'고 떠났지요."
이듬해 겨울 속리산 복천암에서의 두 번째 시도는 성공한 듯했다. 이번엔 좌선 대신 '100일 기도'를 결심했다. "종일 서서 염불하니 발가락이 개구리 발가락처럼 퉁퉁 붓고 온몸이 그렇게 아파요. '지금부터 죽자' 마음먹고 밀어붙였죠. 그랬더니 잠겼던 목소리가 툭 터지며 속리산이 진동하더군요. 통증도 사라지고…. 새벽 예불 마치고 기도 시작하면 순식간에 점심시간이 돌아와요. 그런데 그것뿐이에요. 뭔가 (깨달음이) 올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세 번째는 유체이탈. 다시 좌선 수행으로 돌아온 어느 날 의식이 몸을 빠져나와서 앉아 있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이 아닌가. 자신의 모습이 점점 멀어지며 가물가물해질 즈음 '이러다 죽는 것 아닌가' 겁이 났고, 거기서 유체이탈은 끝났다.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죽어야 된다. 그래야 사는 도리가 나온다'는 점, 그리고 수행엔 반드시 스승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절감했다. 그렇지 않으면 신비 체험의 덫이나 다른 길로 빠져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누구나 복(福)을 바라지만 작은 복은 운명에 달렸고, 큰 복은 지혜로 갈린다"며 "1000년을 이어온 우리의 전통 명상 수행을 통해 권력, 돈 그 무엇과도 안 바꿀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혜거 스님은 수행하는 자세에 대해 "늘 궁금해하라"고 권했다. "간절하게 궁금한 만큼 지혜를 얻게 됩니다. 이 몸뚱이와 마음은 풀어놓으면 뭔 짓을 할지 모릅니다. 좌선으로 몸을 좌복(방석)에 묶어둔다면, 마음을 묶는 밧줄은 화두(話頭)입니다. 매일 10분씩이라도 앉아서 마음을 묶어보세요. 거듭 반복하면 대(大)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그는 또 그렇게 얻은 지혜를 세상에 내놓아야 비로소 수행이 완성된다고 했다. "저는 그래서 출세도 하고, 부자도 되라고 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에서는 회향(廻向)해야 합니다. 권력, 재산과도 바꾸지 않을 즐거움은 함께 나눠야죠."
명상지도자협회의 대강좌에는 혜거 스님을 비롯해 용타 스님, 마가 스님, 상도선원장 미산 스님, 행불선원장 월호 스님 등과 재가(在家)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서며 3월 9일부터 5월 21일까지 매주 수요일(행불선원)과 토요일(금강선원)에 열린다. (02)953-5307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문의 : 한국명상지도자협회 02)953-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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