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출산과 노화의 결과로 여겨졌던 골반장기탈출증이 이제는 40~50대 여성에게서도 빠르게 늘고 있다.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골반장기탈출증 환자는 2020년 2만5031명에서 2024년 2만9415명으로 약 17.5% 증가했다. 특히 중년 여성 환자가 10% 가까이 늘어나며, 더 이상 고령층만의 질환으로 보기 어렵게 됐다.
골반장기탈출증은 골반저 근육과 인대가 약해지면서 방광·자궁·직장 등이 아래로 처지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하복부 묵직함이나 배뇨 불편 정도로 시작되지만, 진행되면 질 밖으로 장기가 탈출하기도 한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산부인과 신정호 교수(사진)는 '최근에는 단순 노화뿐 아니라 직업적 활동, 과도한 복부 근력 운동, 필라테스 등으로 복압이 높아지는 생활습관이 원인이 되고 있다'며 '젊은 층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하복부 묵직함 △질 압박감 △배뇨 시 잔뇨감 △변비 등의 흔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런 증상은 피로나 단순 소화불량으로 오해하기 쉬워 조기 발견이 어렵다. 하지만 방치하면 증상이 점차 심해져 오래 앉거나 서 있을 때 불편이 커지고, 질 내 이물감이 느껴지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특히 외출이나 사회활동을 꺼리게 되면서 우울감과 대인기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장기의 탈출 정도에 따라 1기부터 4기로 나뉜다. 3기 이상이 되면 일상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수술이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로봇수술이 접목돼 정확도를 높이고 출혈·통증을 줄였다. 로봇팔을 이용해 깊숙한 부위까지 미세하게 봉합할 수 있어 회복 속도가 빠르고, 일상 복귀도 빠르다. 수술 후에도 재발 가능성은 남는다. 일부 연구에서는 재발률이 최대 40%에 이른다. 이는 근본적으로 골반저를 지지하는 조직이 약해져 있거나, 수술 후에도 복압을 높이는 생활습관이 지속될 때 발생한다.
수술 후 3~6개월은 골반저 조직이 회복되는 시기로, 무거운 물건을 드는 행위나 복근운동, 장시간 서 있기 등 복부 압력을 높이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 또한 변비를 예방하기 위해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고,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 무엇보다 '케겔운동'과 같은 골반저 근육 강화 운동을 꾸준히 하면 재발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필라테스·복근운동·중량운동이 오히려 골반장기탈출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복부에 과도한 힘을 주는 동작은 내부 복압을 증가시켜 골반저 근육에 부담을 준다. 신 교수는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이지만, 자신의 체형과 근육 상태를 고려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복부 중심의 강한 운동보다는 코어 안정화나 스트레칭 위주의 운동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