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나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고양시에 최근 10년간 신규택지 사업으로 공급했거나 공급할 예정인 물량만 10만호 규모를 넘어섰다. 원흥지구(8601호)와 삼송지구(2만5941호), 향동지구(8933호)는 이미 입주를 마쳤고, 3기 신도시인 창릉지구(3만8000가구)와 장항지구(1만1857가구)도 내년도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진행중이다.
특히 최대 9000가구 규모의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을 앞두고 있는 일산신도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고양시가 발표한 노후계획도시 기본계획법 상 일산의 기준용적률은 300%로 분당(326%) 등 다른 1기 신도시들보다 낮다. 여기에 일산과 바로 맞닿아있으면서 입지는 더 좋은 대곡역세권에 9400가구 규모의 신축 아파트까지 들어서면 사업성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정부가 목표로 잡은 1기 신도시의 첫 분양 시점은 2030년으로, 대곡 역세권(2029년)보다 늦다.
일산동구 B공인중개사는 “일산은 자족 기능이 약하다는 시장 평가로 인해 재건축 추진 이후로도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며 “안그래도 분당에 비해 차별받는다는 인식이 큰데 바로 인근에 신규 택지개발 소식까지 전해지니 주민들 여론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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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주택공급 물량
정부와 고양시의 동상이몽
대곡 역세권은 GTX-A와 3호선을 비롯한 5개 철도노선이 지나는 교통의 요충지로, 고양시 전체에서 개발 잠재력이 가장 큰 땅이다. 자족 기능 강화가 오랜 숙원인 고양시는 이곳을 생활·문화·상업시설이 연계된 지식융합단지로 복합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심형석 미국 IAU 교수(우대빵연구소장)는 “고양시는 일산신도시 조성 이후로도 신규택지 조성사업이 끊이지 않았던 지역”이라며 “판교테크노밸리같은 대규모 업무지구가 들어갈 만한 땅은 대곡이 사실상 마지막”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고양시가 ‘대곡 역세권 9400호 신규주택 공급’에 동의한 건, 지자체 단독 개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15년 전부터 대곡역세권 개발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지지부진했다”며 “대부분이 그린벨트로 묶여있다보니 해제권을 가진 정부가 주도하지 않으면 진행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문제는 규제가 풀린 빈 땅에 무엇을 지을까를 두고 정부와 고양시 간 입장 차가 크다는 점이다. 서울발 집값 상승세를 진정시켜야 하는 정부와 LH는 최대한 많은 주택을 짓고 싶어하는 반면, 고양시는 주거 위주의 개발을 최소화하고 자족·업무시설을 늘리길 원한다.
고양시와 국토부 관계자는 “고양시의 공급 과잉 우려를 받아들여 주거개발 비율을 20% 내외로 최소화하고 자족용지 비율을 높이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주거비율을 줄여 확보한 자족용지에는 2만평 규모의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동환 고양시장이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토부·서울시·경기도,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합동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박상우 국토부 장관, 이동환 고양시장, 김성제 의왕시장, 김동근 의정부시장. 연합뉴스
이동환 고양시장이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토부·서울시·경기도,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합동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박상우 국토부 장관, 이동환 고양시장, 김성제 의왕시장, 김동근 의정부시장. 연합뉴스
“베드타운 양산정책” 비판
하지만 고양시와 국토부 기대와 달리, 자족 용지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자족기능 강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고양시는 3기 신도시인 창릉신도시와 일산테크노밸리에도 각각 41만평, 11만평의 자족용지를 확보해둔 상태다. 하지만 기업 유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고양시 숙원사업이었던 K컬처밸리 사업도 사업 시행자인 CJ라이브시티와 경기도가 협약을 해제하며 현재는 무산된 상태다.
고양시 내부에서는 정부가 필요할 때마다 고양시를 공급대책 배후지로 이용하면서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만들고 있다는 불만이 크다.
임홍열 고양시의원(고양특례시발전연구소장)은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고양시를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어 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필요할 때마다 곶감 빼먹듯 주택만 짓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양시가 대곡 역세권 신규택지 조성에 동의한다면, 과밀억제권역 규제 완화나 광역교통개선대책같은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더 받아냈어야 했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이 개별 시·군·구의 ‘적정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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